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25% 자동차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연간 수십조 원의 관세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하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그리고 이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심층 분석해보겠습니다.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전모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20일 취임 후 불과 2개월 만에 강력한 관세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2월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25% 관세, 2월 10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그리고 4월 2일 모든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까지 가히 '관세 폭탄'이라 불릴 만한 수준입니다.

현재 적용 중인 한국 대상 관세
• 자동차: 25% (2025년 4월 2일 발효)
• 자동차 부품: 25% (2025년 5월 3일 발효)
• 철강·알루미늄: 25% (2025년 3월 12일 발효)
• 상호관세: 25% (2025년 4월 2일 발표, 90일 유예 중)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실효 관세율을 50%로 추정하여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미 FTA에 따른 실제 관세율 0.79%와는 천양지차입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부가가치세나 각종 규제까지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하여 이런 수치를 산출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 배경과 미국의 진짜 의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 부과 이유로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 보호"와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의 관세 수입 확보"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깊은 의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AI,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 기술의 핵심 분야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첨단 기술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기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자율주행 기술을 군사용 무인차량 개발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전기차의 무소음·무열 감지 특성은 특수작전에 매우 유용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산업이 군사기술 및 미래 첨단기술의 원천"이라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충격적 영향
25% 관세 부과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 자동차 생산량 413만대 중 278만대(67%)가 수출되었고, 이 중 143만대(51%)가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즉, 국내 자동차 생산의 35%가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자동차 업체별 예상 관세 부담
• 현대차: 연간 3조-5조원 (한국투자증권 추정)
• 기아: 연간 2조-4조원 (한국투자증권 추정)
• 총 부담액: 8조9천억원 (2024년 양사 합산 영업이익 26조9천억원의 33%)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5% 관세 적용 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대비 약 63억5천만 달러(9조2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KB증권은 한국산 자동차 1대당 약 1,225만원의 관세가 부과되며, 이 중 40%는 미국 소비자가, 60%는 현대차·기아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타격 현황: 2분기부터 본격화
관세의 실제 영향은 2025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한 3조5,331억원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2020년 3분기 이후 약 5년 만의 10%대 영업이익 감소율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관세 부과가 시작된 5월부터 현대차가 약 8,030억원, 기아가 약 7,230억원을 관세 비용으로 부담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현대차가 올해 3조290억원, 내년 약 3조76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기아의 긴급 대응 전략
관세 폭탄에 직면한 현대차와 기아는 다각도의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격 동결' 정책입니다.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과 기아 송호성 사장은 "현재 미국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6월 2일까지 신차 및 리스 차량의 소비자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재고 물량을 활용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단기 전략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근본적 해결책
현대차그룹의 장기적 대응 전략의 핵심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5년 3월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존 1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3배로 확대한 것입니다.
현대차그룹 미국 투자 계획
•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연산 120만대 생산 목표
• 현재 미국 현지 생산 비중: 약 40%
• 목표: 미국 판매 차량의 대부분을 현지 생산으로 전환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내연기관차까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 차원의 대응과 협상 전망
한국 정부도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관세 협상 모멘텀을 마련했습니다. 정부는 여러 협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협상 방안으로 △대미 투자와 연계된 미국의 대한국 수입 증가 강조 △미국 내 현지 생산 전환을 통한 수출 감소 설명 △상호관세 품목 범위 조정 △대미 수입 확대(LNG 등) 등을 제시했습니다.
협상의 변수: 트럼프의 유연성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조치 발효 후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를 대상으로 90일간 차등관세 부과 유예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자동차 회사들을 도울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며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관세 정책이 완전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조정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장기적 전망: 위기를 기회로
관세 위기가 단기적으로는 큰 충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체질 개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물류비 절감과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자동차 업계는 ASEAN, 유럽, 인도 등 신흥 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
관세 압박은 한국 자동차 업계의 기술 혁신과 친환경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신형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친환경 기술 리더십을 과시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현지 생산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관세 위기는 역설적으로 한국 자동차 업계의 미국 내 친환경차 생산 기반 구축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 위기 속에서 찾는 새로운 기회
트럼프 행정부의 25% 자동차 관세는 분명히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충격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연간 수조원의 관세 부담을 져야 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됩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통해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기술 혁신 가속화, 수출 시장 다변화라는 구조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적극적인 협상과 대응 전략을 펼친다면, 이번 관세 위기를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핵심은 단기적 충격에 굴복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미국 자동차 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요?
A: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는 내 임기 동안 영구적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어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한 것처럼, 향후 한미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한국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협상 노력과 미국 내 투자 확대 등을 통한 협상력 확보입니다.
Q2: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생산으로 관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까요?
A: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자동차 부품 중 상당 부분을 여전히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야 하고, 이에 대해서도 25%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지 생산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국내 생산과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지 생산과 함께 정부 차원의 협상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Q3: 소비자 입장에서 미국 내 한국차 가격이 얼마나 오를까요?
A: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 1대당 약 1,225만원(약 9,000달러)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이 중 40%인 약 490만원은 미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당분간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